아래 기사는 미국 CT가 2011년 1월에 게재했던 기사입니다.

스티브 잡스가 건강상의 이유로 애플사의 CEO 자리에서 은퇴한다는 소식이 오늘자 신문들의 첫머리를 장식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스티브 잡스의 건강과 세계 최고의 브랜드 가치를 지닌 한 기술회사의 미래가 불확실”해졌다고 짧고 명료하게 전했다. 여타 매체들 역시 스티브 잡스와 애플사의 건강이라는 두 가지 문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하지만 나는 우리 문화의 건강과 스티브 잡스가 정말로 완전히 이 무대를 떠나게 될 경우(그리고 떠나지 않을 경우) 일어날 일들에 더 신경이 쓰인다.

스티브 잡스는 디자이너와 혁신가, 그리고 (냉혹하고 기대치가 높은) 리더 등 다양한 방면에서 뛰어난 인물이었으나, 완전한 형태의 세속적 희망을 구현해내는 능력에 있어 최고의 두각을 나타냈다. 애플이 초창기에 사용한 로고가 인간의 타락과 실패를 상징하는 한입 베어 문 과일 위에 무지개 색을 덧칠한 이미지였음을 기억해보라. 이보다 잡스가 가진 세속적 희망의 구현 능력을 잘 보여주는 예는 없을 것이다. 그는 이것을 약속과 진보의 상징으로 만들었다.

세계 곳곳의 상황들이 미국인들의 불안감을 증폭시키고 있던 2000년대에도 개인용 전자기기 기술 분야만은 성장에 성장을 거듭했다. 2001년 10월, 불에 탄 세계무역센터의 연기가 완전히 사그라지지 않고 인터넷 경제의 거품이 터지고 있던 때에 애플은 아이팟을 공개했고, 경기불황이 최고조에 달하고 이번 세대에 들어와 최초로 실업률이 10% 선을 넘은 2010년 1월에는 아이패드를 내놓았다.

정치, 군사, 경제적으로 2000년대 초반 10년은 실망스러운 사건이 반복적으로 일어난 시기였으나, 적어도 기술적으로는 스티브 잡스가 매번 더 많은 대중과 언론의 관심을 이끌어내며 주머니 속의 기적을 품고 무대 위를 당당히 걷는, 품격 있는 이벤트를 줄곧 만들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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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의 진보 자체는 무수한 과학자들과 발명가, 엔지니어 및 회사들이 합심하여 일궈낸 열매이지만, 애플은 이들 중 다른 누구도 하지 못한 일을 해냈다. 즉 말도 안 되게 복잡한 그 공학기술의 열매를 사람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형태 안에 담아낸 것이다. 애플 이전에는 컴퓨팅 기술의 진보라 하면, 대개 그 장치의 복잡성과 딸려있는 매뉴얼의 방대한 분량만으로 보는 이를 완전히 기죽이는 느낌이 있었다. 1990년대는 괴짜들이 세상을 지배하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시대였다. 매우 극소수의 사람들만이 그 도구를 이용하는 법을 알았던 것이다.

그러나 애플은 기술과 무관한 일반인들도 그 기술을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게 만들어주었다. 별다른 호들갑을 떨 필요 없이, 게다가 상당한 스타일까지 챙겨주면서 이들은 그 제품들을 제대로 사용할 수 있게 해주었다. 그들은 세대를 거쳐 내려가며 그 어떤 실수도 없이 현저한 진보를 이룩해 나갔다. 길고 긴 상품목록을 만들거나 끝없이 복잡하게만 하는 것이 아니라(맞다, 마이크로소프트를 두고 하는 말이다), 단순함을 변함없이 유지하면서 말이다. 이용자가 5살이든, 95살이든 아이패드의 표면에 붙은 버튼 하나만 누르면 별다른 설명서 없이도 그 제품을 이용할 수 있다. 매뉴얼이 필요 없다. 괴짜가 아니어도 사용할 수 있다는 말이다.

스티브 잡스는 이 분야의 진보에 있어 전도사의 역할을 한 인물이었다. 게다가 달리 추구하는 희망의 근원이 있는 것도 아니었기에 그는 완벽한 전도사가 될 수 있었다. 스탠포드 대학 졸업식에서 한 그 유명한 연설에서(그 자체로 아주 뛰어나고 멋진 전형적 연설이었다) 그는 2003년에 최초 암 진단을 받았다는 사실을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구체적으로 그가 무엇을 말했는지, 혹은 말하지 않았는지를 살펴보자.

죽고 싶어 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천국에 가고 싶어 하는 사람도 죽음을 통해 그곳에 도달하고 싶어 하지 는 않습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죽음은 우리 모두가 가야 할 종착지입니다. 그 누구도 피할 수 없지요. 그리고 꼭 그래야만 합니다. 죽음이란 인생이 만드는 최고의 발명품이니까요. 죽음은 삶을 변화시킵니다. 죽음이 있기에 옛 것이 사라지고 새로운 것을 위한 길이 만들어집니다. 지금은 여러분이 ‘새 것’이지만 언젠가는, 그러니까 그리 멀지 않은 미래에 여러분 역시 점점 나이가 들어 사라질 것입니다. 너무 극적으로 말해서 미안합니다만 어쩔 수 없는 사실입니다. 여러분의 시간은 한정되어 있습니다. 그러니 다른 사람의 인생을 사느라 시간을 낭비하지 마십시오. 타인의 생각의 결과물인 특정한 신조에 빠지지 마십시오. 타인의 견해가 만들어낸 소음이 여러분 내면의 소리나 마음, 혹은 직관이 되도록 내버려두지 마십시오. 여러분의 내면의 소리와 마음과 직관은 이미 여러분이 되고자 하는 바를 알고 있습니다.

이것이 세속적 시대의 복음이다. 그 어떤 계시나 교리가 아닌, 나 자신만이 인식할 수 있는 것에 기초를 두자는 것은 이 복음이 지닌 큰 장점이다. 또한 이 복음은 줄 수 없는 것을 주겠다고 섣불리 약속하지 않는다. 그는 각자가 고유한 인생을 살 수 있는 기회, 즉 “내면의 소리와 마음과 직관”에 따르는 경우에 그 당사자만이 제대로 성취할 수 있는, 분명히 실현 가능한 희망만을 약속했으니 말이다.

잡스 이전에도 이 같은 의미 있는 인생에 대한 비전을 제시한 사람들이 있었다. 소크라테스와 붓다, 에머슨도 비슷한 이야기를 했다. 그러나 스탠포드 대학의 잔디밭에서는 꽤 그럴듯하게 들렸던 이 세속의 복음을 완전히 받아들이려면 웬만해선 결코 발휘할 수 없을 정도의 엄격한 영혼을 가진 사람이어야 할 것 같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 복음은 우리가 스스로 희망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보다는, 자기 자신에게 진실한 태도가 주는 위로만을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작 비극과 악의 문제와 부닥치게 되면 이 위로는 더 이상 아무런 힘도 발휘하지 못한다. 어느 화창한 토요일 아침 애리조나 투산에서 다른 다섯 명과 함께 총에 맞아 숨진 9살 난 크리스티나 테일러 그린의 장례식에 가서 이런 연설을 할 수 있을까? 바로 지난주 그린의 장례식 연설 중에 50여 초 간의 침묵을 통해 보다 깊은 형태의 슬픔을 드러낸 버락 오바마가 눈에 보이는 것 너머의 세계가 있다고 가정했을 때만 성립되는 비전에 의지하는 모습을 보인 것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결과였다. 그것이 아니고서는 실상 아무런 위로가 되지 못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찌됐든 스티브 잡스는 그 천재성을 발휘해 아주 잠깐이나마 우리를 설득해냈고, 적어도 그 순간만은 임시방편의 그 위로만으로 충분한 듯 느껴진다. 세상, 그러니까 타인과 구분되는 나만의 독특한 생활방식을 과시해주고, 또 그들의 삶을 우리에게 반영하여 보여주는 기계가 존재하는 우리의 노트북 가방과 주머니 속 세상은 앞으로도 계속 발전해 나갈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는 그 지겨운 “애플 충성당원”(Apple faithful)이라든가 “컬트 오브 맥”(cult of the Mac)이라는 상투적 문구가 진실이 된다. 그것은 절망적 세상이 바라는 희망의 종교이며, 이 희망은 죽음을 향해가는 평범한 생활을 우아하고 의미 있는 것으로 바꾸는 희망이다. 설사 2001년형 아이팟처럼 얼마 안 가 구식이 되고 먼지가 쌓이고 결국 폐기된다 할지라도 말이다.

한 친구가 말하길 인간은 음식 없이는 40일을 살고, 물 없이는 4일을 살며, 공기 없이는 4분을 산다고 했다. 하지만 희망 없이 우리는 단 4초도 살 수 없다.

이 진리는 어느 나라에서나 적용된다.
잡스가 애플을 떠난다는 소식은, 20세기를 통틀어 그 누구보다 더 진실하고 성경적이며 신앙에 기초한 희망을 우리 문화에 전해준 마틴 루터 킹 목사의 기념일에 전해졌다. 그리고 버락 오바마라는 인물이 있다. 그의 대통령 당선은 킹 목사가 꿈꾸고 위해 싸워온 것들을 비준한 것에 다름 아니었다. 킹 목사가 말한 희망이 완전히는 아니더라도 진정성 있게 성취된 것이다.

하지만 오바마 대통령이 이끌어야 할 세계는 분쟁과 테러가 상존하는 세계다. 그는 한입 베어 문 사과(최근 디자인에서는 무지개색이 사라지고 말끔한 스테인리스 표면이 반짝이고 있다)가 주도하는 기술 정원 바깥의 세상을 헤쳐 나가야 한다. 스티브 잡스가 아이패드를 발표하던 날, 오바마 대통령은 연두교서를 발표했다. 하지만 그는 잡스와는 달리 “마법 같은 혁명적 도구”를 내놓지 못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사는 세상, 즉 우리가 사는 세상에는 훨씬 더 쓴 맛의 상한 과일들이 실재하기 때문이다.

스티브 잡스 복음은 결국 아름답게 정제된 공허한 약속을 모아놓은 것에 다름 아니다. 하지만 내 주변 수백만의 세속의 이웃들을 돌아보면 그들은 눈에 보이는 것만을 믿으며 목자 없는 양 같이 살고 있다. 이런 그들에 대하여 나는 두려움에 가까운 연민을 느낀다. 스티브 잡스가 이 무대를 떠나는 순간, 혹은 떠나지 않을 때, 이들에게 희망을 납득시켜 보여줄 누군가가 남아 있을까?

* 원문은 앤디 크라우치가 Culture Making 웹사이트에 발표했던 글입니다.